한국배구연맹(KOVO)이 후배 괴롭힘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35)에게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페퍼저축은행 구단은 KOVO 상벌위원회 결정이 나자마자 “오지영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OVO는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회의실에서 오지영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제2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3일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벌위는 이날 회의에서는 징계를 확정했다.
KOVO에서 구단 내 선후배 간 괴롭힘 혐의로 징계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장호 KOVO 상벌위원장은 “오지영이 후배들에게 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침해 등을 인정해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며 “양측 주장이 다르지만 동료 선수들의 확인서 등을 종합하면 분명 인권침해로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KOVO 상벌위는 “이러한 행위는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이자 프로스포츠에서 척결해야 할 악습”이라며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고자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에 따라 징계 수위를 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오지영에게 내린 1년 자격정지는 처벌 근거 중 하나인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 ① 4항 ‘폭언, 그 밖에 폭력행위가 가벼운 경우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한 징계 중 최고 수위다.
오지영이 후배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거나 마음을 다잡기 위한 집합 등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KOVO 상벌위는 훈련 중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 오지영의 말을 폭언으로 규정하며 “심각한 사안”이라고 봤다.
3시즌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오지영이 후배 선수 A, B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의혹을 자체 조사한 뒤 지난 15일 관련 내용을 연맹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신고했다.
오지영은 23일에 이어 이날도 상벌위에 참석해 직접 해명했다.
23일에는 혼자 참석했지만 이날은 법률대리인과 동행했다.
후배 선수 A도 두 차례 상벌위에 모두 참석해 피해 사실을 위원들에게 알렸다.
자체 조사를 진행한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도 상벌위에 참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추가 자료를 확인한 상벌위는 징계 수위를 확정했다.
다만 상벌위는 오지영에게 “10일 이내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알렸다.
오지영 측은 “우리의 소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추가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며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오지영의 법률대리인 정민회 변호사는 “이 사건이 쟁점화되기 전 오지영과 A는 신뢰성이 담보된 관계였다. 선후배보다는 자매에 가까웠다”며 “오지영이 약 200만원 상당의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지영이 A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지영과 B는 거리를 둔 사이라 괴롭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번 사건이 불거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원인이 피진정인과 진정인 사이의 갈등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 감독(조 트린지)이 선수단의 정서나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주전과 비주력 선수를 분리한 데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감독님의 결정에 따라 페퍼저축은행은 주전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날 비주력 선수들은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 또는 숙소에서 대기한다”며 “경기장에 가지 않은 비주력 선수들이 경기 시간에 훈련장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벌어졌고, 이에 고참급 선수들이 ‘경기 진행 중일 때는 외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A가 외출하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오지영을 포함한 베테랑 선수들이 사고를 낸 선수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A, B가 팀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오지영은 B에게는 아예 이 문제에 관해 질문도 하지 않았고, 평소 신뢰관계가 있는 A에게는 ‘언니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신을 위한 길이라고 질책한 사실은 있다고 설명했다.
오지영이 A에게 한 질책이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KOVO 상벌위는 “지난해 6월부터 오지영이 후배를 괴롭힌 것으로 파악돼 후배 2명이 팀을 떠났다”며 “여러 증거를 통해 오지영의 괴롭힘,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내에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확인했고, 오지영의 소명도 충분히 담아 KOVO에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은 입장문을 내고 내부 조사를 통해 오지영 선수에 의한 인권 침해 행위 사실을 파악 후 곧바로 선수단에서 배제했다”며 “오늘부로 오지영과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오지영은 2023년 4월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 10억원에 계약했다.
자격정지 1년이 끝나도 계약 기간이 1년 남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계약 해지를 택했고, 오지영은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