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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인천 계양구 전세사기 피해자 허민우(25) 씨의 반지하 집. 비는 오지 않았지만 현관 앞 복도는 신발 밑창이 모두 잠길 정도로 물이 고여 있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이 주택 반지하에는 고인 물이 빠지지 않아 수십 마리의 벌레가 날아다녔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허씨는 “오늘은 아직 양호한 편”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배수펌프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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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전세사기로 8000만원의 보증금을 날렸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허씨는 집수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루 세 번씩 펌프질을 하는 게 전부다. 허 씨는 보증금 중 7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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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돼 20년 무이자로 갚을 수 있게 됐지만 상환 기간을 줄이기 위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아 5000만원을 탕감받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그는 주말 아르바이트 2개까지 더해 매달 60만원씩 3년간 빚을 갚기로 했다. 허씨는 “지원이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우리에겐 생사의 문제”라며 “적어도 주택안전 문제만큼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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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잠적한 뒤 방치된 건물에 살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이 20, 3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씨는 장마철을 앞두고 있어 침수 때 자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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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본보가 광역자치단체 17곳에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달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6606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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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열악한 주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현장실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