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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산재보험 제도는 ‘올 어나싱(All or Nothing)’입니다. 중간이 없네요. 하지만 일본, 유럽은 ‘상병수당 제도’라는 중간이 있습니다. 아파서 일을 못하고 벌이가 없어도 상병수당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아직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의 성격이 사회보험인지 손해보험인지 철학적으로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올해 6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산재보험이 다른 사회보험에 앞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결과 이후 도입된 보험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 사회보험 간 분업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질병에 대해 건강보험과 분업·협업을 추진하고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휴업급여와 실업급여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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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산재보험’만 떠올리지만 그 명칭만 봐도 공단의 역할은 산재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적용·징수 및 피보험자 관리, 시작한 지 2년이 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사업, 체불임금 지원사업, 생계비 융자, 신용보증, 직장어린이집 운영, 근로자 문화지원을 위한 근로자 휴양콘도, 근로자 문화예술제 등 총 14가지 사업을 수행하며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단이 수행하는 행복·생활복지사업”이라며 근로자들의 근로자들의 생활보장을 산재보험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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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1995년 산재보험 업무를 맡아 설립된 공단은 현재 준정부기관 중 두 번째로 큰 기관이다. 산재·고용보험과 근로자 복지업무(퇴직연금, 임금채권, 생활안정자금 대부 등), 병원 운영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고객에게 전문적이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업무처리의 어려움 또한 상존하고 있는 ‘대다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울산혁신도시에 본부를 두고 전국에 7개 지역본부와 60개 지사 및 센터, 직영병원 11개와 3개 의원, 3개 연구기관, 37개 어린이집 등 120여개 소속기관 1만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사장 취임 후 10개월여가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재난조사자동화시스템(RPA)을 도입해 산재처리 공정을 기하면서도 기한 내 처리율을 10.1%포인트 향상시키고 플랫폼 가입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화물차주 15만명을 산재보험에 편입시킨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다. 지난 2022년 도입한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기금제도 ‘파란씨’가 적립금 6000억원, 지난해 수익률 6.97%로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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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희망비전 2030을 선언했다. 비전을 선포한 배경과 내용이 궁금하다.

▶’일터에 안심, 생활에 안정, 일하는 모든 사람의 행복 동반자’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공단의 규모, 역할에 비해 국민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희망비전 2030 프로젝트’를 2개월가량 가동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전을 수립했다. 공단은 10년 전보다 직원이 약 2배 늘었고 고용보험 피보험자격관리, 일자리안정자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 신규 사업도 추진했다. 그래서 공단이 수행하는 서비스를 산재·고용보험과 생활안정자금, 노후생활보장, 복지사업 등 근로자 복지로 구분해 공단의 소명과 정체성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재·고용보험 서비스로 적시·공정한 보상과 요양·재활을 통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안심을 주고, 근로자 복지 서비스로 노후, 생계, 보육, 여가 지원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생활에 안정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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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은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정부 감사 결과 개혁 과제가 부각되기도 했는데.

▶산재보험은 1964년 시작됐다. 시대 상황이 크게 변화하면서 이를 반영한 전체적인 프레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4중 손실 방지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자영업자, 노무제공자 등 N잡러도 가입하는 등 직장가입자 기준 4대 사회보험 중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특수고용직 직종은 제외돼 있고 자영업자 등은 임의가입 형태여서 이에 대한 적용 확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올해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새로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7월 전속성 요건 폐지로 관광통역안내사, 어린이통학버스기사, 건설현장 화물차주 등 화물차주가 산재보험 보호를 받게 됐으며, 올해 1월부터는 새마을금고 및 신협공제모집인, 방과후강사가 추가 적용된다.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와 적용대상 직종 확대를 통해 약 91만명의 노무제공자가 추가되고 171만명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제공자의 산재 승인 건수도 2022년 8850명에서 지난해 1만1209명으로 2359명(26.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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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 손실은 어떤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산재보험은 직장 복귀보다 요양을 지속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요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이는 재정 투입은 많아지지만 산재보험의 본래 효과는 달성되지 않는 과잉지원 즉, 4중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산재 환자의 직장 복귀를 저해하는 요소나 산재보험 본질에 맞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등 4중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산재근로자에 대한 현금 중심의 보상에서 벗어나 적절한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통해 직업과 사회복귀로 이루어지는 선순환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산재보험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사 이후 산재보험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를 꾸렸다. –성과 중간 보고를 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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