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6년 전 드라마의 ‘사이다’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라이프’에서 한 대학병원 사장으로 부임한 구승효(배우 조승우)가 강당에서 의사들과 논쟁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장면에서 구승효가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명분으로 일부 과를 지방으로 옮기려 하자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려 한다.
구승효가 의료진이 모인 강당에서 “아이고, 많이 모였네. 그럼 지금 환자는 누가?”라고 묻자 의사들 사이에서 “필수 인력을 남겨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구승효는 산모 사망 관련 통계를 앞세워 의료진을 설득한다. 구승효는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중국에서보다 산모가 더 많이 죽는다는 기사 사실인가요?”라고 산부인과 과장에게 질문한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장은 “사실이고 저희도 많이 아쉽지만 이 세상 모든 의료 문제를 저희 손으로 풀 수는 없지 않느냐”며 “사장님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갑자기 (사장이) 지방으로 가라고 하면 가느냐고 따졌다.
이에 구승효는 “나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기 전에 가겠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의 두 배가 넘는 엄마들이 죽어 가는데 의사이면서 왜 안 가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만약 일반 회사라면 일부 사업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말에 이미 지방에 가서 내가 살 집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자 의사들이 “우리가 일반 직장인과 같냐”고 되물었고, 구승효는 “그럼 뭐가 그렇게 다르냐”며 답답함을 드러낸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지난 26일 기준 유튜브에서 약 6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고,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현 시점에서 의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 1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공감대가 이어졌다.
특히 극중 구승효가 언급한 통계는 실제 정부가 집계한 통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도 기준 강원도는 신생아 10만명당 산모 사망(모성사망비)이 34.6명으로 전국 평균 2배가 넘었다. 이는 40명 수준인 중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서울(10.8명)보다 3배 이상 많다.
2019년 전국 평균 모성사망비도 9.9명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5.6명인 데 비해 강원도의 모성사망비는 24.1명으로 많았다. 2021년 기준 전국 모성사망 비율은 전국 평균 8.8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명이었고 제주가 26.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충북 24.4명, 충남은 18.2명을 기록했다. 강원도 사망자는 이때 없었다. 한국의 평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일본(2.7명), 프랑스(7.6명), 캐나다(8.4명)보다 낮았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며 마무리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의대 증원을 언급한 배경도 지방의료 공백 심화를 막기 위해서다. 의대 정원을 비롯해 의사 수를 늘리고 이를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공의들은 지난 20일부터 반발해 파업 등 집단행동을 강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현장점검을 한 결과 23일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72% 수준인 9006명으로 집계됐다. 또 이탈 전공의 복귀율은 날에 따라 다르지만 20% 이하로 추산된다.
정부는 전공 이탈과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건강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23일부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현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간다면 과거 책임을 일절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