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으려면 5500만원 이하 전기 승용차이면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사용해 주행 가능 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차를 골라야 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6 롱레인지는 650만원 전부를, 가성비 모델로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깎인 260만원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은 5500만원이다. 작년보다 200만원 싸졌다. 중대형 기준 전기승용차에 지급되는 국비 보조금 최대치도 지난해 대비 30만원 줄어든 650만원이다. 이는 각 기준을 최대한 만족해야 받을 수 있는 보조금으로 지자체 보조금은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 보조금에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 180만원(서울)에서 최고 1150만원(경남)이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소비자에게 보조금이 주어지는 형태여서 보조금에 따른 소비자들의 가격 체감이 큰 편이다. 특히 성능보조금이 중대형 기준 100만원 감소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이 어려워졌다.
◆ 테슬라·토레스 EVX·코나 EV 대응금이 삭감된다
개편안의 핵심은 주행 성능이 좋고 충전 속도가 빨라 배터리 재활용 가치가 높은 차에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부 수입 전기차와 국산 전기차 업체에는 보조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대표적으로는 테슬라 모델Y, KG모빌리티 토레스EVX, 현대차 코나EV 등이 꼽힌다.
보조금 최고액인 650만원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속도, 배터리 효율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그동안 중·대형 차량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50㎞만 넘어도 보조금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500km를 넘어야 한다. 충전 속도가 빠른 차량을 구매할 경우 최대 30만원의 혜택(인센티브)을 제공받고, 차량정보수집장치(OBDⅡ) 탑재 차량을 구매할 경우 배터리 안전 보조금(20만원)도 지급된다.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이번 개편안에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을 반영해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가 리터당 500Wh를 넘어야 보조금이 유지된다. 배터리 재활용 측면에서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1㎏당 유가금속의 가격을 계산해 금속 가격이 높을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준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생산 비용이 약 30% 저렴해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전기차 업체가 활용하던 배터리다. 생산비용은 저렴하지만 주행거리나 재활용 시 가치면에서는 NCM 배터리를 이길 수 없다. 같은 용량을 비교해보면 LFP 배터리의 회수 금속 가치는 NCM 배터리의 25~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거리도 NCM 배터리가 더 길다.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 BYD, CATL이 주력 생산하고 있다. 국내차 중에서는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현대차의 코나 EV 등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올해 출시 예정인 기아차 EV5, 볼보 EX30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테슬라는 산출 방식에 따라 배터리 안전 보조금과 보급 목표 이행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LFP 배터리 탑재로 배터리 효율계수, 배터리 환경성계수에서도 불리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OBDⅡ도 탑재되지 않았고 테슬라 충전기도 환경부가 요구하는 친환경 표준급속충전기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예상 국고보조금은 약 257만원대로 최종 구매가격은 5442만원 안팎이다.
한편 현대차 아이오닉 6 롱레인지 모델은 올해 바뀐 보조금 기준 최대 650만원까지 지원되며 실구매가는 4610만원이다.
◆업계 가격 인하 검토…폭스바겐 ID.4 가격 인하 완료
업계는 가격 인하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에 맞춰 가격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가격 인하를 했거나 논란에 들어간 차량도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ID.4 ‘Pro Lite’ 트림의 가격을 기존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200만원 인하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에 적극 참여해 고객들이 최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폴스타코리아는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MY24)’의 국내 가격을 보조금 상한선에 맞춰 5500만원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가격은 5590만원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테슬라의 가격 인하 방침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Y 후륜구동(RWD) 모델을 5699만원에 출시했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가격 기준인 5700만원 미만 조건을 충족해 지난해에만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16만2593대)의 8.5%인 1만3885대가 팔렸다.
다만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배터리, 주행거리는 바로 교체할 수 없는 기능이어서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을 의미 있게 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