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1958’이 소년법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연출 김성훈, 극본 김영신) 8회에서는 수사1반 형사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두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8회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4%, 가구 시청률은 수도권 10.1%, 전국 9.7%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기준).
부부가 된 박용한(이제훈), 이혜주(서은수)에게는 부모가 되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아내 같은 마음이면서도 박용한은 내 아이를 이런 세상에 살게 해야 하나. 너무 잔인한 세상을 물려주는 것 아니냐며 내심 두려워했다. 매일 잔혹한 범죄와 사건, 사고에 직면하기 때문이었다.
이날도 수사1반 형사들은 분주했다. 연쇄 날치기 사건과 30대 여성 살인사건을 동시에 맡게 된 이들은 양측으로 나뉘어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박영한 서호정(윤현수)은 살인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한 평범한 가정집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 살해자 고길녀. 그녀의 몸에는 10개가 넘는 자창이 확인됐고, 그 옆에는 범행 흉기로 짐작되는 과도가 놓여 있었다. 박영한은 피살자의 아들이자 최초 신고자인 김만수와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는 불과 지난해 낚시 도중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고, 하루아침에 어머니마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상황. 그리고 그는 건강 상태가 나빠서 학교를 쉬고 있다고 말했다.
두 형사는 원한 관계의 면식범의 소행을 의심했고, 주변 이웃과의 심문을 통해 사망한 고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별 후 만나게 됐다는 이덕영(심재현)은 고길녀의 소식에 자신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덕영의 하숙집에서 수상한 흔적이 포착됐다. 그의 신발 무늬가 현장 발자국과 완전히 일치했고, 피 묻은 흰 셔츠까지 발견된 것이다. 박영한은 체포를 지시한 뒤 김만수를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덕영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면서도 돈 문제로 어머니와 싸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날치기 사건 현장에 간 김상순 조경환(최우성)은 목격자를 찾지 못했다. 3명의 피해자는 모두 만취 상태로 뒤통수를 맞아 기억이 희미했다. 이들 중 하나가 희미하게 떠오른 단초는 ‘곤봉’뿐이었다.
하루 종일 수사를 허투루 하고 돌아가던 두 형사는 한 남자들과 부딪혀 시비가 붙었다. 이들이 꺼낸 곤봉을 본 김상순은 곧바로 남자들을 연행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고산개척단의 모집단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단장이 직접 찾아와 대신 알리바이를 밝혔다. 반대로 최근 단원들이 의문의 공격을 받아 곤봉까지 빼앗겼다며 이를 수사해달라고 했다.
살인사건 수사도 난항을 겪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이덕용은 증거품으로 발견된 셔츠가 맞지 않았고, 옆방 하숙생에 의해 알리바이가 입증되면서 곧바로 풀려나게 됐다.
유대천(최덕문) 반장은 “살해된 남사친이 범인이 아니라면 누군가 그 남사친을 범인으로 몰았다”며 옷과 신발을 가져와 조작할 정도로 집까지 편하게 드나드는 사람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박용한은 살해자 아들 김만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봉난실(정수빈)은 물에 빠져 숨진 김만수의 아버지가 수영선수 출신이었음을 전했다. 믿지도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박용한은 ‘만약’이라는 단서와 함께 “우리가 가장 다르다고 생각한 인물이 범인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유 반장과 서호정이 아들을 용의자로 생각하지 못하자 가짜 용의자 이덕영과의 관계와 아버지의 익사 사고 전 수면제 처방 기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덕영의 작아진 옷에 묻은 피 역시 김만수가 과일을 깎는 척하며 일부러 우리 엄마의 손가락에 상처를 낸 것이었다.
결국 박용한은 김만수를 취조실로 데려가 앉혔다. 순진한 얼굴로 범행을 부인하던 김만수는 형사들과 몇 시간의 대치 끝에 민낯을 드러냈다. 아픈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아버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바람을 피운 어머니. 김만수가 부모를 살해한 이유였다.
김만수가 이처럼 의기양양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아직 만 14세가 되지 않은 촉법소년이라는 것. 죄책감이라곤 없는 비인간적이고 극악무도한 모습에 박영한과 서호정은 더욱 분노했다.
반면 김상순은 위장 수사에 나섰다. 날치기범들의 타깃이 돼 덫을 놓을 계획이었다. 정장 차림에 중절모를 쓴 김상순이 취객 연기를 하며 길을 걷자 예상대로 수상한 사람들이 뒤따라와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하지만 ‘땡’하는 소리와 함께 김상순은 모자를 벗고 놋그릇을 꺼내 웃음을 유발했다. 김상순과 조경환은 마침내 범인들과 마주했다. 그야말로 고산개척단 소년들이었다.
천진난만한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고 팔에는 의문의 숫자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소년들은 증오와 울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투입된 산업의 ‘역군’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그곳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 것이었다. “국가가 우리에게 사기를 치면 우리는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형사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방송 말미 박용한은 김만수의 호적 나이가 만 14세 이상이었음을 밝혔고, 다행히 그를 소년원에 송치해 죗값을 치를 수 있게 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후 수사1반과 이야기를 나눈 박용한은 소년법을 악용한 존속살해범 김만수에 대해 “나쁜 아이들이 더 똑똑해지면 법을 더 만지작거릴 거예요”라며 씁쓸한 고민을 밝혔다.
이날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오늘 두 사건 소년들의 상황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을 보면서 만감교차” “소년법이 이렇게 빨리 시행된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