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장식장 뭐길래 럭셔리 쇼케이스

한정판 피규어 스니커즈, 명품 시계, 고급 미니카 등을 모으는 수집가(수집가)라면 고급스러운 전시 케이스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요술’을 판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높이와 취향을 반영한 쇼케이스를 찾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만약 수집가가 원하는 형태의 쇼케이스를 수작업으로 제작해 주면 어떨까.

콘텐츠 스타트업 플렉시블이 2021년 선보인 맞춤형 쇼케이스 제작 사업을 통해 이를 진행하고 있다. 전례 없는 시도였던 만큼 구매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우리금융그룹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디노랩(Digital Innovation Lab) 경남센터에서 만난 윤종욱 플렉시블 대표는 “컬렉터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국내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오타쿠(otaku·마니아)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력개선 의료기기 헬스케어 벤처 ‘에덴룩스’를 창업해 성과를 거둔 윤 대표가 2020년 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새롭게 시작한 사업 아이템은 주변 예상을 벗어난 컬렉터용 쇼케이스였다. 평소 피겨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고 한다.

윤 대표가 처음 만든 쇼케이스는 대박이 났다. 그는 “대만에서 성인 키만한 마블 영화 ‘아이언맨’ 캐릭터 12대가 들어오면서 이를 전시하는 테마형 쇼케이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며 “롯데타워 지하에 설치한 쇼케이스를 본 마니아들이 어떻게 회사 연락처를 알고 주문해왔는지 그렇게 첫해(2021년) 4분기에 모은 매출이 5000만원, 2022년 1분기 누적 2억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1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플렉시블이 지금까지 제작한 쇼케이스 라인업 대부분은 ‘럭셔리’에 방점이 찍힌다. 일명 ‘람보르기니 쇼케이스’로 불리는 쇼케이스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하단에 설치돼 미니카를 출납할 때마다 경쾌한 스포츠카 엔진의 시동 소리가 들린다. 윤 대표는 “실제 크기의 400분 1 크기로 특수 제작된 미니카 중에는 대당 가격이 20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고가의 애장품이기 때문에 쇼케이스 제작에도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설명이다.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장식된 스타워즈 우주선처럼 희귀성 아이템을 전시하는 스탠드 쇼케이스도 잘 팔리고 있다. 또한 명품시계 보관용 쇼케이스는 주로 압구정,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관련 매장과 백화점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쇼케이스 주문 건당 비용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

윤 대표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전시회 CES와 같은 박람회에 참가할 때 스타트업이 손쉽게 가져갈 수 있는 ‘올인원 폴더블 쇼케이스’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 소재의 접이식 쇼케이스로 방향 조절이 가능한 스포트라이트, USB 메모리에 저장된 홍보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360도 턴테이블, 서라운드 스피커, 기업 브랜드 소개 패널 등이 부착됐다.

윤 대표는 “전시회 참가 시 단순히 매장 위에 제품·서비스를 두면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며 “상품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과 구성을 갖춘 쇼케이스를 만들고 실제 박람회장에 설치해 본 결과 일반 부스 대비 8배 이상 높은 방문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의 쇼케이스로 전시 준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플렉시블은 지난해 상반기 프리랜서 아티스트(예술가) 소개와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명함 서비스 ‘크래킷’도 선보였다.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스킨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서비스를 연동해 팬들과 대화할 수 있는데다 아티스트 작품 스토어를 통해 판매도 가능하다.
그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마블 피규어 대부분이 한국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와 미적 감각은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국내 아티스트들의 가치를 높이고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플렉시블은 크래킷을 통해 ‘커스텀 피규어’라는 새로운 장르도 개척하고 있다. 기존 양산품 피규어가 아닌 마니아들이 영화·TV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본 특정 장면을 캐릭터 피규어와 함께 똑같이 주문 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피규어를 납품하면서 맞춤형 쇼케이스 주문량도 함께 늘려나갈 계획이다.

윤 대표는 “크래킷과 쇼케이스 제작 사업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키덜트(어린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 피규어 시장에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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