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2차 조정기 온다. 하락세 시작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0.08% 하락 ● 전국도 9개월만에 하락

“금리 인하까지 안 사요” 매수자들 일제히 관망…●거래량도 연초 수준으로 회귀

전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떨어질 듯 작년만큼 급락은 없을 것입니다

“요즘 시세보다 1억원 낮은 매물이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매수자들은 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 등을 기다리며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관망하고 매도자들은 집값이 떨어질까봐 불안해합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설명이다.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어요.

추석 이후 아파트 거래량은 연초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고,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2차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10월 실거래가 지수가 9~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08% 하락해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실거래가지수는 호가 중심의 가격동향조사와 달리 실거래가를 이전 거래가격과 비교해 변동폭을 지수화한 것이다.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되면 변동폭이 불안정한 한계가 있지만 대체로 최근 시장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합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집값이 약세를 보였던 지난해 누적 22.07% 하락했지만 올해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9월까지 13.42%가 올랐습니다.

그러나 일부 인기 단지의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 대비 80~90%대까지 오르는 등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가 9월 말 6억~9억원 이하 특례 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전격 중단하면서 10월부터 시장의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권역별로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이 가장 큰 폭(-0.65%)으로 떨어져 지수 하락을 주도했습니다. 전고점 인근 단지가 많은 강남권에서 실거래가 하락폭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목격됩니다. 올해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 10월 각각 0.26%, 0.12% 하락하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0.20% 하락해 1월(0.74%) 이후 처음으로 지수 하락을 보였습니다.

경기도와 인천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35%, 0.29% 떨어져 서울보다 낙폭이 컸습니다.

실거래가 하락은 11월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및 서울 아파트 11월 실거래가지수 잠정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0.64%, 1.51%포인트 떨어져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 ‘사자 없어’ 거래량 급감…연초 수준으로 회귀

시장 침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를 보이면서 급매물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전인 연초 수준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기준)은 2313건으로 올해 1월(1천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11월 거래량도 16일 현재 1천672건에 그쳐 10월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11월 아파트 계약분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거래량이 2천건도 안 될 수 있습니다.

관련 동영상: 서울 아파트 거래량 2,000건을 막 넘었습니다…올해 초 수준/YTN(Dailymotion)

매수세 위축으로 현재 시장에는 집주인이 호가 대비 5천만~2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잘 팔리지 않습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직전 최고가보다 매물 가격이 5천만~1억원 넘게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지금은 집을 살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집주인이 시세보다 1억원 낮춰 급매물을 내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요.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직전 거래가 대비 하락 거래도 늘고 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6차 전용면적 59.39㎡는 지난달 중순 5층이 4억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습니다. 특례 보금자리론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로 지난 9월에는 6층이 6억2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두 달 새 1억7500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99㎡는 지난 10월 25억~25억9천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이보다 1억3천만원 이상 낮은 23억7천만~24억1천만원에 계약됐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99.39㎡도 9월에는 거래가격이 30억9천만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에는 9천만원 내린 30억원에 팔렸습니다.

◇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할 가능성 지난해 수준 하락은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주택시장에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에서 내년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올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하 시점까지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현재 대출금리가 5%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전까지 매수자들이 관망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시세보다 싼 급매물만 일부 거래되고 호가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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