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가입한 자영업자 등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장가입자는 고용주와 국민연금을 나눠 내는 데다 월급이 적을 경우 ‘원조’까지 이뤄지는데, 이들은 그런 혜택을 대부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자영업자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도방안'(박충렬)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를 2199만7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306만4000명이 납부예외자, 88만2000명은 장기체납자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두 경우를 합치면 17.9%에 이른다.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할 수 있는 납부 예외는 사업 중단, 실직 또는 휴직 등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장기체납은 소득신고자 중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이들이 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은 가입 기간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연금에서 노령연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납부예외자나 장기체납자는 대부분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가입자로 추정된다.
직장가입자는 연금보험료가 임금에서 원천공제돼 체납되는 경우가 드물다. 즉 실직하지 않는 한 납부 예외 대상이 될 수 없는 셈이다.
보고서는 특히 “보험료를 사용자와 나눠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전액을 모두 본인이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역가입자는 비교적 저소득층에게 주어지는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정부는 소기업 저소득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가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금보험료 일부를 가입 초기에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경우 납부예외자가 납부를 재개하면 최대 12개월간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사람은 납부예외자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보고서는 “납부 예외나 장기 체납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루누리 지원사업 대상을 신규 가입한 자영업자로 확대하거나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국고보조와 같은 사업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자영업자가 폐업한 후에도 일정 기간 자영업자 지위를 인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특히 국민연금제도가 저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연금보험료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신규 가입자를 기준으로 기준소득월액(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이 100만원인 경우 25년 수급을 가정한 수익비(납부한 보험료 대비 수급액)는 4.3배나 된다.
수익비는 기준소득월액이 가입자 평균(286만원)일 때 2.2배, 400만원일 때 1.9배, 최고액인 590만원일 때 1.6배로 소득이 낮을수록 높았다.